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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정우’에서 대건고 지도자로 변신한 김정우, 뼈대는 두고 스타일은 바꾼다

신정식 | 기사입력 2020/05/20 [09:55]

‘뼈정우’에서 대건고 지도자로 변신한 김정우, 뼈대는 두고 스타일은 바꾼다

신정식 | 입력 : 2020/05/20 [09:55]
[미디어타임즈] 현역 시절 ‘뼈정우’, ‘뼈트라이커’로 축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정우(38). 2016년 은퇴한 뒤 약 3년간의 공백 끝에 2019시즌을 앞두고 인천대건고(인천유나이티드 U-18)의 사령탑으로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초보 감독의 지난 1년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2년 차가 된 2020년, 김정우 감독의 시선은 한 단계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존의 뼈대 위에서 리모델링을 꾀하다

부평고, 고려대를 거쳐 2003년 울산현대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김정우 감독은 전북현대 시절이었던 2013년까지 237경기에 나서 37골 17도움을 기록했다.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했지만 상주상무에 있었던 2011년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했고, 이 때 무려 18골을 기록하며 ‘뼈트라이커’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보다 앞선 2010년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남아공월드컵에 참가,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달성에 기여하기도 했다.

2013년 이후 해외에서 뛰었던 김정우 감독은 2016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공백 기간을 가졌고, 2019년 대건고 감독으로 축구계에 돌아왔다. 축구 유망주들을 잘 이끌어 프로에 올려 보내야 하는 중책을 맡은 셈이다.

초보 사령탑임에도 김정우 감독은 침착하게 팀을 파악했다. 주변의 조언을 구하면서 고등학교 축구의 특성을 먼저 이해하기 시작했다. 현역 시절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톱스타였지만, 지도자가 된 후에는 자신을 낮추고 귀를 열었다.

“처음 대건고에 왔을 때는 이미 감독을 제외한 코칭스태프들이 모두 꾸려진 상태였죠. 우선 코칭스태프들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초반부터 팀에 큰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감독이 새로 왔다고 갑자기 모든 게 바뀌면 아이들이 낯설어하기 때문에 기본 틀은 그대로 두고 조금씩 천천히 변화를 주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적응해나갔던 것 같아요.”

김 감독은 대건고가 지켜온 기본 틀 위에서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는 사령탑 부임 전 대건고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팀에 공격적인 색깔을 입히는 게 우선이라고 파악했다.

“이전에 대건고의 경기를 봤을 때는 약간은 수비적이라고 생각했어요. 부임 후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들과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팀의 축구 스타일을 공격 쪽에 맞춰가려고 시도했죠. 아이들이 처음엔 낯설어하더라고요. 기존에 해왔던 스타일이 있었기에 많이 헷갈려하기도 했고요. 그래도 나름 잘 따라와 준 것 같아 만족합니다.”

대건고는 지난해 전국체육대회와 인천광역시축구협회장기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값진 성과를 냈다. K리그 주니어에서는 1라운드(전기) 3위, 2라운드(후기) 5위를 기록했고 왕중왕전에서는 8강에 올랐다. 김정우 감독은 부임 첫 해 우승 트로피를 두 개나 가졌다. 하지만 그는 100% 만족할 수 없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2관왕을 기록하며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죠. 하지만 감독 입장에서는 분명 아쉬운 부분도 있어요. 2019년 리그 개막을 눈앞에 두고 부임하는 바람에 선수들과 동계훈련을 같이하지 못했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시도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거든요. 오자마자 리그와 대회가 이어졌으니까요. 올해는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도 만족스러웠으면 합니다.”

“2019년 왕중왕전 때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했던 1, 2학년 선수들 위주로 출전 기회를 줬어요. 비록 8강전에서 떨어졌지만 경기를 하면 할수록 내용이 점점 좋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선수들이 올해 팀의 주축이 되는데 개인적으로, 그리고 팀으로 얼마나 더 발전할지 저도 기대됩니다.”

감독 2년 차인 2020년, 이제 본격적인 김정우 감독만의 스타일을 녹여내야 할 시간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팀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걱정되지만 이는 다른 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래도 올 시즌은 지난 해와 달리 동계 훈련을 함께 했다는 점이 작은 위안거리다.

“지난해 전술적인 변화를 주고 싶었지만 훈련시간도 짧고 리그도 있다 보니 생각했던 걸 많이 시도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번 동계훈련에는 이런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훈련했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고 싶은 게 저의 바람입니다. 관중이 봤을 때 재미있는 축구, 볼을 많이 소유하는 축구를 펼쳐보고 싶어요.”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 ‘훈련도, 경기도 즐겁게’

지난해 충청북도 제천에서 열린 2019 전국고등축구리그 왕중왕전 겸 제74회 전국고교축구선수권에서 대건고의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은 “팀 분위기가 밝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제가 원하는 게 바로 밝은 분위기입니다. 저는 선수들에게 운동장에서 서로 많이 격려하면서 경기나 훈련을 늘 즐겁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집중력과 적극성을 가지고 해야 발전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그 점을 끊임없이 강조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선수들이 제가 원하는 부분이 뭔지 잘 알고 있고, 잘 따라와 주고 있기에 저희 경기를 보는 많은 분들이 ‘항상 분위기가 좋다’고 이야기해주시는 것 같아요.”

“경기에서 지면 분위기가 처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승부욕 때문에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거든요.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해 풀이 죽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빨리 털어버리고 다음 경기를 열심히 준비하는 문화가 정착된 것 같아 좋습니다.”

김 감독은 팀 전체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말과 행동을 최대한 자제한다. 대표적인 예가 왕중왕전이었다. 당시 대건고는 수원FC U-18과의 16강전에서 90분 내내 치열한 승부를 펼치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리며 힘겹게 1-0 승리를 거뒀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많았던 경기였다.

“한 마디만 할게. 오늘 아주 멋진 경기였어.” 선의의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우승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판단해 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대신 혼내거나 타이를 일이 있는 선수를 따로 불러서 잘못된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저는 평소 선수 개개인을 마음으로 대하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부터 우선 선수들을 존중하려고 해요. 제가 먼저 선수를 존중해줘야 선수들도 서로를 존중해줄 것이기 때문이죠. 먼저 다가가고 때로는 장난도 치면서 지금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바람입니다.”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려는 노력은 성적의 중압감 속에서 무너져내리기 일쑤다. 김 감독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럴 때마다 그는 프로 유스팀이 추구해야 할 근본적인 목표와 지도자로서 품었던 초심을 되새긴다.

“물론 성적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프로 산하 팀이다 보니 인재 육성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요. 프로에 올라갈 수 있는 좋은 선수들을 만들어내는 게 저희의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선수들이 훈련이나 경기를 통해 끊임없이 발전한다면 성적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수의 발전은 뭔가를 가르친다기보다 선수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하는데 그건 바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분위기는 웃고 떠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훈련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배우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고, 경기에서 내가 해야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지해야 선수들이 적극성을 띄게 된다. 그래야 즐겁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유소년 축구 환경이 성적보다는 성장에 비중을 두는 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요. 그 속도가 빠른 만큼 지도자들도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평소에 다른 지도자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지도자가 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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